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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조 마호 생일 기념
SS 번역 / 원작자 @karou_air
11월 2일이 된 오늘, 옷을 샀다.
벌써 반 년도 더 전부터 예정해 왔던 일이었다. 설령 비가 내리나 태풍이 오나, 굽힐 생각은 없었다.
그야 그건, 그 아이와의…… 약속이었으니까.
☆
계기는 1년 전. 레스키넨 교수가 준 티셔츠 한 장으로부터 시작했다. 교수님에게서 선물이라며 건네받은 티셔츠, 그것은 명백히 나를 희롱하기 위해 고의로 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권을 보여주면 ‘미성년자? 여권 위조?’라며 오해를 사는 나란 말이야, 곰 일러스트가 그려진 티셔츠 같은 걸 입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저항했지만, 교수는 하하하 웃으며 배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마호는 항상 같은 옷만 고르기 십상이니까, 가끔씩은 큐트한 옷을 입어보아도 좋겠지. 연구자로서 정답만을 추구해서는 안 돼.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단다, 마호』라며 교수다운 말로 받아치니 버린다는 선택만큼은 하지 않았지만서도.
아무리 그래도 이 디자인은 좀 아니지 않아? 괴롭힘이라고, 이거. 분개하고 있던 나에게 『귀여운 티셔츠네요, 선배』라며, 그 아이가——— 크리스가 미소지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입지 그래? 줄게.』
『그, 그건 조금……. 하지만 선배는 귀여우니까, 더 본판을 살릴 수 있을 만한 옷을 입는 게 좋아요. 게다가, 교수님도 말했었지만, 선배는 보통 같은 옷만 입으시잖아요. 한 벌 정도는 그런 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크리스도 나랑 별반 다를 거 없잖아. 똑같은 옷을 몇 벌씩이나 사서 돌려입고 있는 주제에.』
『그! 그건 효율을 중시한 결과예요! 별로 어울릴만한 옷을 모르겠으니 우선은 안전성이 확보된 옷을 사두면 된다든가, 코디네이트에 쓰는 시간이 아깝다든가,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요, 절대로!!』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는 주로 대학에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효율이나 편리성을 중시해버리고 마는 그 기분을 아주 잘 알기에, 깊게 파고들지 않도록 한다.
『확실히 나는 옷을 잘 사지 않고, 최저한의 옷만 있으면 된다는 파派야. 그러니까 디자인은 심플하기만 하면 딱히 불만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곰은 싫어.』
그렇겠죠, 라며 크리스는 내가 들고 있는 옷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럼, 다음에 선배한테 꼭 맞는 옷을 제가 선물해 드릴게요! 생일 언제세요!?』
『11월 2일인데』
『11월이구나… 아직 멀었지만, 선배가 꼭 입고 싶어 할만한 옷을 발견해 올게요!』
그런 약속을 일방적으로 나눈 크리스는…… 수개월 후 칼에 찔려 죽었다.
☆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건가?」
옆에 앉아있었던 오카베 상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이곳이 전철 안이기에 배려하고 있는 듯, 조심스레 목소리의 볼륨을 낮추고 있었다.
오카베 상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꾹 힘을 줬다.
「뭐든 상관없어. 일단 옷을 산다는 행위만 달성할 수 있다면」
「그렇지만……」
정차해있던 전철이 달리기 시작한다. 차량 내 안내음성이 시끄럽지 않을 정도의 음량으로 울리며, 손잡이가 좌우로 흔들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카베 상의 의문에는 대답해주지 않는다. 분명 오카베 상도 눈치채고 있겠지, 내가 그저 새 옷을 사고 싶어 그에게 동행을 부탁한 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크리스가 고를 법한 옷을 원해』라며 던진 내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전력으로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려주지 않았고, 알려줄 생각도 없다. 오카베 상이 크리스와의 추억을 나에게 털어놓지 않는 것처럼, 나도 이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왜냐하면 이건, 내가 기억하는 크리스의 몇 안 되는 추억이니까.
그 마키세 크리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녀의 나약함이나 때때로 얼굴을 내미는 고독함, 천재이기에 겪는 고뇌도 전부 알고 있을지도 모를 오카베 린타로에게,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건 어쩐지 시시하다.
게다가, 크리스가 고를 법한 옷 따위 어디에도 없다. 그녀는 없으니까. 정답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바라봤자, 그녀는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오카베 상이 크리스를 대신해 골랐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크리스의 의지가 아니다.
그저, 천국에 있을 마키세 크리스의 미련을 하나 지워주고 싶었다. 그뿐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골라준 옷, 굉장히 촌스러운걸)
뭐든 상관없다고 말했으니 불평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지만, 역시 내가 입을 옷은 내가 직접 사는 게 좋다. 그런 교훈을 얻은 것만으로도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헤어질 때, 슬쩍 오늘이 생일이라는 것을 말해주니, 오카베 상은 굉장히 놀라며 「그걸로 정말 괜찮았던 건가!?」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충분해. 그리 대답하고 전철에서 내렸다.
11월 2일, 나는 옷을 샀다.
내가 좋아했던, 마키세 크리스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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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かろう @karou_air
かろう@アンソロ主催 (@karou_air) / 트위터
成人済 。岡部倫太郎が好き。 支部でオカクリ小説書いてる人。 感想こちらへ→ https://t.co/4YFJhfR3AO… ■オカクリ本の通販も↓ https://t.co/2o5NVzA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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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twitter.com/karou_air/status/1588113840813723648?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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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遅れましたが真帆さんおめでとうSSです ちょっと暗い話ですが。 紅莉栖、真帆、岡部しかでてきません。 『私はあなたが好きだった』 (1/2) #比屋定真帆生誕祭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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